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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에는 그림자가 있다***
어떤 어린이가 자기 그림자가 두렵고 자기 발자국이 싫어서 이것을 떼어내기 위해 달아나기 시작했다. 빨리 뛸수록 발자국이 많아졌고 그림자는 그의 몸을 바짝 따라왔다.
더 빨리 뛰면 그림자가 따라오지 못할 거라고 생각한 그는 계속 달리다 결국 기력이 다해 죽고 말았다. 장자 어부편에 실린 우화이다.
여기에서 나온 고사성어가 '영불리신(影不離身)'이다. 본질은 제쳐 두고 허상에 집착하는 어리석음을 꼬집는 말이다.
그림자는 빛을 전제로 한다. 당신의 그림자가 짙다는 것은 당신에게 내리쬐는 빛이 그만큼 강렬하다는 반증이다. 당신에게 지금 커다란 슬픔이 있다면 당신에게 앞으로 다가올 기쁨도 그만큼 크다는 얘기가 된다. 그러니 눈앞의 슬픔에만 빠져 고통스러워 할 까닭이 없다
어떤 그림자가 지금 나에게 유독 짙게 느껴진다면 내가 그것에 과도하게 집착한 탓일 가능성이 크다. 나의 눈이 오로지 그림자 쪽으로 향하고 있다면 빛은 보이지 않고 어두운 그림자만 눈에 가득할 것이기 때문이다.
인간이 추구하는 모든 가치에는 빛과 어둠이 있다. 행운 속에도 액운의 그림자가 있고, 액운 속에도 행운의 빛이 있다. 돈과 권력에도 그림자가 있고 사랑에도 어두운 그림자가 존재한다. 사랑하는 사람이 가슴을 아프게 한다면 아마 사랑에 그림자가 생긴 경우일 것이다.
빛과 그림자는 결코 분리될 수 없다. 그런데도 우리는 빛만 추구하고 그림자는 멀리하려고 한다. 그림자가 싫어 달아나는 영불리신의 바보와 무엇이 다른가.
-배연국 카이스트교수-
PHOTO :: HAN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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