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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시 산책

한 인 2008. 2. 8. 07:23

 

 

 

 

명시 산책

 

 

 들국화

                           -이 하윤-

 

나는 들에 핀 들국화를 사랑합니다.

빛과 향기 어느 것이 못하지 않으나

넓은 들에 가엾게 피고 지는 꽃이래

나는 그 꽃을 무한히 사랑합니다.

 

나는 이 땅의 시인을 사랑합니다.

외로우나 마음대로 피고 지는 꽃처럼

빛과 향기 조금도 거짓 없길래

나는 그들이 읊는 시를 사랑합니다.



 

 

마       음

 

나의 마음은 고요한 물결

바람이 불어도 흔들리고

구름이 지나가도 그림자 지는 곳.

 

돌을 던지는 사람

고기를 낚는 사람

노래를 부르는 사람

 

이리하여.이 물가 외로운 밤이면

별은 고요히 물 위에 뜨고

숲은 말없이 물결을 재우나니.

 

행여. 백조가 오는날

이 물가 어지러울까

나는 밤마다 꿈을 덮노라.

 

-김광섭 작시-



 

   사랑은  

 

사랑은 아름다운 구름이며 

보이지 않는 바람 

인간이 사는곳에서 

돈다

 

 

사랑은 소리 나지 않는 목숨이며 

보이지 않는 오열 

떨어져 있는 곳에서 

돈다

 

 

주어도 주어도 모자라는 마음 

받아도 받아도 모자라는 

목숨.

 

사랑은 닿지 않는 구름이며 

머물지 않는 바람

 

차지 않는 혼자속에서 

돈다.

 

-조 병화-





 

 

川上에 서서

 

                       -박재륜-

 

산다는 것은 흐르는 것이다.

흐르는 것은 바라보는 것이다.

흐르는 것은 듣는 것이다.

흐르는 것은 느끼는 것이다.

 

흐름이 계곡을 흐르듯

목숨이 흐름되여

우리들의 살을 흐르는 것이다.

우리들의 뼈를 흐르는 것이다.

우리들이 그것을 깨닫는 것이다.

 

흐름이 계곡을 흐르듯

목숨이 흐름되어

우리들의 살을 노래하는 것이다.

우리들의 뼈를 우는 것이다.

우리들이 그것을 깨닫는 것이다.

그것을 귀 기울여 듣는 것이다.

그것을 눈여겨 바라보는 것이다.

산다는 것은 흐르는 것이다.



 

 

 

국화 옆에서

 

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소쩍새는

그렇게 울었나 보다.

 

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천둥은 먹구름 속에서

또 그렇게 울었나 보다.

 

그립고 아쉬움에 가슴 조이던

머언 먼 젊음의 뒤안길에서

이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

내 누님같이 생긴 꽃이여.

 

노오란 네 꽃잎이 피려고

간밤엔 무서리가 저리 내리고

내게는 잠도 오지 않았나 보다.

 

-서정주-




빗소리

 

                  -주요한-

 

비가 옵니다.

밤은 고요히 깃을 벌리고

비는 뜰 위에 속삭입니다.

몰래 지껄이는 병아리 같이.

 

이즈러진 달이 실낱 같고

별에서도 봄이 흐르 듯이

시원한 바람이 불더니

오늘은 이 어둔 밤에 비가 옵니다.

 

비가 옵니다.

다정한 손님같이 비가 옵니다.

창을 열고 맞으려 하여도

보이지 않게 속삭이며 비가 옵니다.

 

비가 옵나다.

뜰 위에 창 밖에 지붕에

남 모를 기쁜 소식을

나의 가슴에 전하는 비가 옵니다.

 



 

신     록

 

어이할거나

아 나는 사랑을 가졌어라.

남 몰래 혼자서 사랑을 가졌어라!

 

천지엔 이미 꽃잎이 지고

새로운 녹음이 다시 돋아나

또 한번 날 에워싸는데

 

못 견디게 서러운 몸짓을 하며

붉은 꽃잎은 떨어저 내려

펄펄펄 펄펄펄 덜어저 내려

 

신라 가시내의 숨결과 같은

신라 가시내의 머리털 같은

풀밭에 바람 속에 떨어져 내려

올해도 내 앞에 흩날리는데

부르르 떨며 흩날리는데_____

아 나는 사랑을 가졌어라.

꾀꼬리처럼 울지도 못할

기찬 사랑을 혼자서 가쪘어라.

 

-서 정주 작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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